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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 이야기] 그윽한 차향과 부드러운 맛 ‘벽라춘’

[茶 이야기] 그윽한 차향과 부드러운 맛 ‘벽라춘’

by 마이빌평택 2018.07.30

벽라춘(碧螺春)은 태호(太湖) 동정(洞庭)의 동산과 서산에서 생산되는 녹차다. 강소성 소주의 동정산에서 나기 때문에 ‘소주벽라춘’ 혹은 ‘동정벽라춘’이라고도 한다. 동정산은 육우 시대부터 차 재배지로 기록에 남아 있다.

| 이름마다 벽라춘의 명성이

벽라춘이라는 이름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그 이름의 유래는 모두 벽라춘의 명성을 보여준다. 먼저 가장 벽라춘 이름의 정설에는 맛과 향이 좋아 청나라 강희 황제가 사랑한 차로, 차나무가 벽라봉에서 자라고 소라처럼 구부러져 있어 ‘벽라춘’이라는 이름을 하사했다고 한다. 그 전에는 하살인향차, (사람을 죽이는 향기의 차)라고 불렀는데 황제가 고상치 못하다며 이름을 고쳐주었다는 것이다.

청나라 왕언규의 ‘류남수필’에는 이런 설도 있다. 동정산 벽라봉 석벽에 야생차가 나는데 그 모양이 기이하다. 강희 몇 년 때에 맞춰 차 잎을 채취하는데 광주리에 더 이상 담지 못할 정도여서 차 잎을 가슴 속에 품었다. 그때 차가 열기를 품으면서 기이한 향을 갑자기 발산하였다. 사람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사람을 까무러치게 하는 혁살향이라 불렀다. ‘벽라’라는 이름을 가진 심성 고운 아가씨를 기리기 위해 ‘벽라춘’이라 이름은 붙였다는 아름다운 전설도 있다. 이 정도 설이면 한번쯤은 마셔보고 싶은 욕심이 절로 생긴다.

| 부드럽고 진한 향기가 좋아

‘차 잎은 벽라춘이 제일이고 다음으로는 용정이다’라는 말이 있다. ‘일눈삼선’이라는 말도 있다. 차의 어린잎을 뜻하는 일눈, 여기에 차의 빛깔, 향기, 맛을 일컬어 ‘삼선’ 이라고 한다. 모두 벽라춘의 명성을 보여준다.

벽라춘 원산지인 강소성 소주 지역 차밭에는 매실·복숭아·감·살구 등의 과일나무를 차나무 사이에 심는다. 그 아래에서 자라는 차나무는 과일 향을 먹고 자라며 그 결과 차에는 과일 향과 꽃 향이 풍부하다. 서산은 차밭 주변에 유채꽃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벽라춘은 찻잎이 가늘면서 나선이나 고리 모양으로 말려 있고 가장 어린 상태의 찻잎을 춘분과 곡우 사이에 따서 만든다. 솜털이 많아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벽라춘은 빛깔과 향기가 뛰어나고 맛이 신선해 순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선호한다.

차 잎보다 어리고 가늘고 섬세하며 부드러운 솜털 모양의 벽라춘은 제다를 마치면 둘둘 말려진 소라 비슷한 모양이 된다. 제대로 만든 벽라춘은 매우 가늘고 구불거리며 솜털로 덮여 있다. 은백색에 드문드문 비취색이 섞여 있기도 한다. 최상품의 경우 500g을 만드는데 어린 차 잎이 6500여 개 정도 필요하다.

| 낮은 온도에서 부드럽게 달여야

용정차는 묵직함이 느껴지는 녹차라 컵에 차를 먼저 넣고 물을 붓지만, 벽라춘은 가볍고 날아갈 듯한 느낌을 주는 차라 물을 먼저 부은 후에 차를 넣는 방식으로 우린다. 특히 잎이 너무 어린잎이라서 녹차 찻물보다 조금 더 식혀서(70~80도 정도) 숙우에 붓고 차 잎을 넣어주는 방법으로 우린다. 벽라춘을 넣었을 때 그윽한 찻물 위에서 춤을 추는 듯이 풀어지는 찻잎을 감상하는 것도 이런 벽라춘을 즐기는 묘미다. 이런 벽라춘 차 맛은 마치 갓난아기 속살 냄새처럼 포근하고 편안함을 준다. 상큼하고 달콤한 향이 유유히 나면서 있는 듯 없는 듯 묘한 향이 흐른다. 먼저 그윽한 차향에 놀라고 나중에는 차 맛에 놀란다.

마이빌평택 이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