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책 한 권
커피 한 잔, 책 한 권
by 마이빌평택 2016.11.07
[이평기의 커피이야기]
커피 한 잔, 책 한 권
커피 한 잔, 책 한 권
이평기 칼럼니스트가 직접 그린 삽화.
나이가 들어가며 행간(行間)이 읽히는 책이 있다. 젊을 때는 그냥 스쳐지나갔던 낱말과 문장이 나이 들어 다시 읽는 경우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읽은 적이 있다. 너무 많이 들어왔던 이야기고,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이다. 헤밍웨이는 이 작품으로 1953년에 퓰리처상을 받았고 이듬해에는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헤밍웨이의 문장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간결한 글에서 힘이 느껴지는 그런 작품이 ‘노인과 바다’일 것이다.
쿠바의 작은 어촌의 어부인 산디아고는 여러 달 동안 물고기를 잡지 못하고 빈 배로 항구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그의 운이 다했다고 수근거렸다. 산디아고의 곁에는 어린 소년만 친구로 있었다. 그는 바다에 나가 큰 물고기 청새치를 사투(死鬪) 끝에 잡는다. 잡은 물고기를 뱃전에 나란히 묶고 돌아오는 길에 피비린내를 맡고 달려드는 상어 떼와 또 사투를 벌인다.
‘사람은 파멸 당할 수는 있어도 패배하지는 않아’
‘싸우는 거지, 뭐. 죽을 때까지 싸우는 거야’
결국 대가리와 뼈만 남은 청새치를 매달고 항구에 도착한다. 사내는 지쳐 몇 날 동안 잠에 빠진다. 헤밍웨이는 ‘노인은 사자 꿈을 꾸고 있었다’로 책의 마지막 문장을 끝냈다. 이 마지막 문장에서 호흡이 멎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사내다움이란 게 무엇인지, 인간다움이란 게 무엇인지 생각하며 커피를 한 잔 내렸다. 인생이란 나이 듦이란 무엇인지 깊게 생각하면서.
퇴직하는 분께 커피를 선물하려 한다고, 커피 봉투에 의미 있는 그림을 그려달라는 부탁을 하는 분이 있었다. 대개 나이 들어 퇴직을 하면, 그동안 못했던 여행, 취미, 운동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동안 못했던 것들이니 퇴직하고 시간이 많이 나면 해야겠다는 생각일 것이다. 과연 그럴까. 아마 그때도 온갖 핑계를 대면서 조금하다가 그만 두기 십상일 것이다.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에게 인생에서 퇴직이나, 나이 따위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끝없는 열정이 있느냐의 문제다. 다 끝났으니 그냥 잠이나 실컷 자야겠다가 아니라, 사자를 사냥하는 꿈을 꾸고 새로운 시작으로 내달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노인과 바다의 마지막 문장과 관련한 그림을 그려 드렸다. 그리고 커피는 헤밍웨이가 좋아했던 쿠바의 커피로 담았다.‘쿠바 크리스탈 마운틴’. 받는 사람이 알든 말든.
헤밍웨이는 어떤 커피를 즐겨 마셨을까. 그는 쿠바에 있을 땐 쿠바의 커피를 마셨고 탄자니아에 있을 땐 탄자니아의 커피를 마셨다. 별다른 도리가 있겠는가. 사는 곳에서 좋은 커피가 나는데 그걸 마셔야지. 다행히도 쿠바나 탄자니아는 아주 좋은 커피가 나는 곳이다.
손님들이 가끔 묻는다.
“아저씨는 어떤 커피가 제일 맛있어요?”
“좋아하는 커피는 많지만, 아마도 당신이 내려주는 커피가 제일 맛있을 것 같네요.”
가을은 책을 읽기에 참 좋은 계절이다.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고. 이런 날이 얼마나 되겠나. 누군가 내려주는 탄자니아 커피를 내려 마시면서,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을 읽으면 참 좋겠다.
나이가 들어가며 행간(行間)이 읽히는 책이 있다. 젊을 때는 그냥 스쳐지나갔던 낱말과 문장이 나이 들어 다시 읽는 경우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읽은 적이 있다. 너무 많이 들어왔던 이야기고,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이다. 헤밍웨이는 이 작품으로 1953년에 퓰리처상을 받았고 이듬해에는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헤밍웨이의 문장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간결한 글에서 힘이 느껴지는 그런 작품이 ‘노인과 바다’일 것이다.
쿠바의 작은 어촌의 어부인 산디아고는 여러 달 동안 물고기를 잡지 못하고 빈 배로 항구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그의 운이 다했다고 수근거렸다. 산디아고의 곁에는 어린 소년만 친구로 있었다. 그는 바다에 나가 큰 물고기 청새치를 사투(死鬪) 끝에 잡는다. 잡은 물고기를 뱃전에 나란히 묶고 돌아오는 길에 피비린내를 맡고 달려드는 상어 떼와 또 사투를 벌인다.
‘사람은 파멸 당할 수는 있어도 패배하지는 않아’
‘싸우는 거지, 뭐. 죽을 때까지 싸우는 거야’
결국 대가리와 뼈만 남은 청새치를 매달고 항구에 도착한다. 사내는 지쳐 몇 날 동안 잠에 빠진다. 헤밍웨이는 ‘노인은 사자 꿈을 꾸고 있었다’로 책의 마지막 문장을 끝냈다. 이 마지막 문장에서 호흡이 멎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사내다움이란 게 무엇인지, 인간다움이란 게 무엇인지 생각하며 커피를 한 잔 내렸다. 인생이란 나이 듦이란 무엇인지 깊게 생각하면서.
퇴직하는 분께 커피를 선물하려 한다고, 커피 봉투에 의미 있는 그림을 그려달라는 부탁을 하는 분이 있었다. 대개 나이 들어 퇴직을 하면, 그동안 못했던 여행, 취미, 운동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동안 못했던 것들이니 퇴직하고 시간이 많이 나면 해야겠다는 생각일 것이다. 과연 그럴까. 아마 그때도 온갖 핑계를 대면서 조금하다가 그만 두기 십상일 것이다.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에게 인생에서 퇴직이나, 나이 따위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끝없는 열정이 있느냐의 문제다. 다 끝났으니 그냥 잠이나 실컷 자야겠다가 아니라, 사자를 사냥하는 꿈을 꾸고 새로운 시작으로 내달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노인과 바다의 마지막 문장과 관련한 그림을 그려 드렸다. 그리고 커피는 헤밍웨이가 좋아했던 쿠바의 커피로 담았다.‘쿠바 크리스탈 마운틴’. 받는 사람이 알든 말든.
헤밍웨이는 어떤 커피를 즐겨 마셨을까. 그는 쿠바에 있을 땐 쿠바의 커피를 마셨고 탄자니아에 있을 땐 탄자니아의 커피를 마셨다. 별다른 도리가 있겠는가. 사는 곳에서 좋은 커피가 나는데 그걸 마셔야지. 다행히도 쿠바나 탄자니아는 아주 좋은 커피가 나는 곳이다.
손님들이 가끔 묻는다.
“아저씨는 어떤 커피가 제일 맛있어요?”
“좋아하는 커피는 많지만, 아마도 당신이 내려주는 커피가 제일 맛있을 것 같네요.”
가을은 책을 읽기에 참 좋은 계절이다.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고. 이런 날이 얼마나 되겠나. 누군가 내려주는 탄자니아 커피를 내려 마시면서,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을 읽으면 참 좋겠다.
▣이평기 칼럼니스트
- 평택 넓은 벌 한가운데, 전원카페 '러디빈지금'에서 커피, 강아지들과 함께 행복하게 나이 들어가는 사내.
- 전원카페 ‘러디빈 지금’ 대표 (평택시 오성면 창내리 47-26), C.P : 010-9279-5764
- e-mail : lpgall@naver.com
- www.ruddy.kr(원두판매 쇼핑몰)
- http://blog.naver.com/lpgall
- 평택 넓은 벌 한가운데, 전원카페 '러디빈지금'에서 커피, 강아지들과 함께 행복하게 나이 들어가는 사내.
- 전원카페 ‘러디빈 지금’ 대표 (평택시 오성면 창내리 47-26), C.P : 010-9279-5764
- e-mail : lpgall@naver.com
- www.ruddy.kr(원두판매 쇼핑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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