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 커피이야기

커피의 맛, 사람의 맛

커피의 맛, 사람의 맛

by 마이빌평택 2016.11.22

[이평기의 커피이야기]
one more cup of coffee for the road
one more cup of coffee before I go
길 떠나기 전에 커피 한 잔 더
To the valley below
저 계곡 아래로


올해 노벨 문학상을 받은 미국의 팝가수 ‘밥 딜런(Bob Dylan)’의 노래 ‘원 모어 컵 오브 커피(One more cup of a coffee)’의 후렴구다.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를 담은 영화들이 떠오르고 그런 영화에 등장하는 서부 사나이가 커피를 내려 마시는 장면이 눈에 그려진다. 현상금 걸린 강도를 쫓던 주인공이 서부의 사막을 지나면서 깡통에 커피콩을 넣고 장작불에 볶다가 대충 찧어서 물을 부어 마시는 장면이 떠오른다. 당연히 주인공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물론 노래와 영화에 관한 나만의 생각이고 기억이다.

밥 딜런의 이 노래의 가사에 대해 이해할 자신은 없다. 왜 이런 가사를 썼는지에 대한 배경도 모른다. 다만 그 가사에 등장인물들이 내게는 서부개척시대의 사람들의 모습인 것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서부영화에 등장하는 사나이의 커피 내리는 영화의 한 장면이 겹치는 것 같다. 아무렴 어떠랴. 내가 그렇게 느끼고 내가 그렇게 노래를 듣고 커피를 마시면 그 뿐인 것을.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다양하다. 특히 커피에 흠뻑 빠지기 시작한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정통적인 커피를 찾고, 무언가 대단한 것이 커피에 있는 듯 이야기하곤 한다. ‘에스프레소’에 흠뻑 빠진 사람은 오직 에스프레소만이 진정한 커피인 듯 얘기하기도 한다. 깔끔하게 내린 ‘핸드드립 커피’에 빠진 사람은 그 커피야말로 진정한 커피라고 말한다.

그런데 커피가 일상이 되고 생활이 되면서 커피에 대한 생각에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커피에 대해 인정하고 함께 즐겨보려고 한다. 어느 경우든 다 좋게 보인다. 그렇게 커피를 대하는 모습들이 삶을 사랑하고 삶을 즐기는 거로 생각한다. 커피를 마시는 작은 일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무언가 있을지도 모르는 어떤 걸 찾으려 하는 것이 가상하지 않은가.

깡통에 볶아서 물을 부어 끓이면 어떻고 잘 만든 커피를 격식에 맞게 고급스럽게 마시면 또 어떠랴. 커피를 내려주는 사람의 정성과 사랑이 있고 마시는 사람의 감사한 마음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근처 커피숍에서 원두를 사 그동안 보고 싶었는데 못 봤던 친구를 불러 커피 한잔을 나누는 것도 좋겠다. 헤어질 때는 ‘가기 전에 커피 한 잔 더’라고 청해보자. 그 삶의 의미를 이해하는 친구가 있으면 정말 좋은 일이다. 아니면 또 어떻겠느냐마는.

‘때때로 인생이란 커피 한 잔이 가져다주는 따스함에 관한 문제’라고 하지 않던가. 나중에 뭔가 큰 걸로 잘 해줘야지라는 생각 보다 지금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과 커피를 한 잔 나누는 게 어떨까. 곧 겨울도 다가오는데.
▣이평기 칼럼니스트

- 평택 넓은 벌 한가운데, 전원카페 '러디빈지금'에서 커피, 강아지들과 함께 행복하게 나이 들어가는 사내.
- 전원카페 ‘러디빈 지금’ 대표 (평택시 오성면 창내리 47-26), C.P : 010-9279-5764
- e-mail : lpgall@naver.com
- www.ruddy.kr(원두판매 쇼핑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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