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 와인이야기

이탈리아의 숨은 진주‘풀리아’

이탈리아의 숨은 진주‘풀리아’

by 마이빌평택 2016.09.26

[와인이야기]
프리미티보 디 만두리아 와인<왼쪽>과 살리스 살렌티노 와인.

흔히 프랑스를 와인의 ‘종주국’이라고 한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고가의 명품 와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산량만 놓고 따지면 얘기는 달라진다. 세계 1위는 바로 이탈리아다. 이번 회에는 이탈리아의 숨은 진주라고 일컫는 ‘풀리아 와인’에 대해 알아본다.

천혜의 와인 산지 ‘풀리아’ 지방

삼면이 바다인 이탈리아는 국토 어디에서나 포도가 잘 자라는 축복받은 나라다. 풀리아(Puglia) 지방도 예외는 아니다. 풀리아는 부츠처럼 생긴 이탈리아 반도 맨 아래 구두 굽에 위치한 곳으로, 아드리아 해와 이오니아 해로 둘러싸인 반도 안의 작은 반도다.

맑고 건조한 지중해성 기후, 비옥한 토양, 시원한 바닷바람 덕에 이곳은 천혜의 와인 산지다. 그럼에도 풀리아 와인은 좀처럼 고급 와인으로 대접받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기후와 토양이 지나치게 좋은 것이 화근이었다. 기름진 땅에서 질보다 양으로 마구 생산하다 보니 포도 수확량만 많고 맛과 향이 고급스럽지 못했다.

뜨거운 태양 때문에 포도 당도가 너무 진해 와인이 지나치게 무겁고 알코올 도수가 높은 것도 문제였다. 결국 풀리아 와인은 벌크와인(Bulk Wine)으로 팔려 가벼운 와인의 알코올 도수를 높이는 블렌딩 재료가 되거나 베르무트(Vermouth·와인에 증류주를 섞고 약초와 향신료 등을 침출한 술) 원료가 되기 일쑤였다.

2000년대 초부터 다시 주목받아

1980년대 말 유럽연합(EU)은 와인 생산량을 조절하고자 포도밭을 다른 농지로 전환하면 보상금을 주는 정책을 폈다. 이때 풀리아의 포도나무들이 무수히 뽑혀 나갔는데 안타깝게도 축출된 대부분이 귀한 토착 품종이었다.

생산자로선 기르기 힘들고 수확량이 적은 토착 품종보다 박리다매라도 수익을 보장하는 저급 품종을 선호할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2000년대 초 다행히 풀리아 전통 와인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소비자가 다양한 와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사라져가던 풀리아 토착 품종에 기사회생의 길이 열린 것이다.

고급화를 이끈 두 품종

풀리아 와인의 고급화를 이끈 두 품종은 프리미티보(Primitivo)와 네그로아마로(Negroamaro)다.

미국에서는 프리미티보를 진판델(Zinfandel)이라 부르는데 미국산 진판델 와인은 적당한 무게감에 마시기 편한 스타일인 반면, 이탈리아산 프리미티보 와인은 묵직하고 무화과나 블루베리 같은 검은 과일향이 진하다. 네그로아마로 와인은 질감이 부드럽고 농익은 자두와 라즈베리향, 계피의 매콤함이 매력적이다.

우리나라에 풀리아 와인이 많이 수입되는 것은 아니지만 콩트리 스푸만티(Contri Spumanti) 와이너리의 프리미티보 디 만두리아(Primitivo di Manduria)와 살리스 살렌티노(Salice Salentino) 와인은 주목할 만하다. 프리미티보 디 만두리아는 세계 5대 와인품평회로 꼽히는 베를린와인트로피에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연속 금상을 차지한 와인이다.

말린 과일의 달콤한 풍미에 허브, 감초, 후추의 매콤함이 복합미를 더하고 견고한 타닌은 마치 분필가루처럼 쫀쫀하게 잇몸을 감싼다.

살리스 살렌티노는 아시아와인트로피에서 2013년과 2014년 금상을 받은 와인으로 잘 만든 네그로아마로 와인의 전형이다. 타닌과 산도가 강하지 않으면서도 구조감과 밸런스가 훌륭하고 농축된 과일향은 마치 입안에서 폭발하는 듯 화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