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 별미

바다의 달걀 ‘홍합’

바다의 달걀 ‘홍합’

by 마이빌평택 2016.11.10

[별미]
홍합이 제철이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는 뽀얀 국물에서 시원함과 함께 청양고추의 매콤함을 더한 홍합탕이 자연스럽게 생각난다. 맛 좋고 가격까지 저렴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부르는 이름 다양해
홍합은 시대별·지역별로 부르는 이름이 다양하다. 홍합은 조갯살이 붉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담채(淡菜)는 ‘다른 바다 것보다 싱겁기 때문’이라는 기록이 조선 시대 요리책 <규합총서>에 나와 있다. 영남 남부에선 홍합을 ‘담치’라고 부르는 데 담채에서 나온 말이다. 동해안 지역에서는 섭이나 섭조개라고 불렸다. 지역에 따라 동해부인(東海夫人)·열합·강섭 등으로 부른다.

추운 겨울부터 이른 봄까지 제철
조개는 대개 찬바람이 불 때가 제철이지만 홍합은 추운 겨울부터 이른 봄까지가 제철이다. 산란기인 늦봄부터 여름까지는 맛이 떨어진다. 게다가 이 시기에는 마비·언어장애·입마름 등을 일으키는 삭시톡신(Saxitoxin)이란 독소가 들어 있을 수 있어 가급적 먹지 않는 게 좋다.

홍합은 살색이 붉으면 암컷이고 희면 수컷이다. 대개 그렇듯 암컷이 훨씬 맛이 낫다. 글리신·글루탐산 등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이 풍부하며 조개류치고 지질(脂質)이 많은 편이라 별다른 양념 없이 홍합 몇 개만 넣고 끓여도 뽀얗게 우러나는 국물의 감칠맛이 남다르다.

지역마다 다른 요리법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홍합을 즐겨 먹었다. 속초 등 동해안 지역에서는 홍합국물 또는 홍합국물과 닭육수를 섞은 국물에 쌀과 채소를 넣고 고추장을 풀어 얼큰하게 끓인 ‘섭죽’을 먹는다. ‘섭국’은 여기서 쌀을 뺀 국이다. 여기서 ‘섭’ 강원도 방언으로 자연산 홍합을 일컫는다.

경상도에서는 마른 홍합을 빻아 부수고 참기름을 두르고 미역과 함께 볶다가 물을 붓고 국간장으로 간을 해 끓인다.
충남 보령에선 불려서 으깬 쌀과 홍합을 갈아 참기름에 볶다가 물을 붓고 쑨 ‘홍합죽’이 별미다. 데친 홍합과 간장·청주·설탕·마늘·생강 등을 넣고 졸인 ‘홍합초’는 양반들이 귀하게 먹던 고급 반찬이다.

더할 나위 없는 해장식품
홍합은 성질이 따뜻하여 간과 신장을 보호하고 양기를 강하게 하는 데 효과적으로 알려졌다. 또한 칼슘·철분·인 등이 풍부하여 빈혈 예방에 좋으며 체질이 허약한 어린이와 노약자에게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진 건강식품이다. 생강즙·홍합 등을 이용해 밥을 지어먹으면 장이 튼튼해져 설사를 멈추게 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또 삶으면 투명하면서도 뽀얀 국물이 우러나고 노란 속살은 담백한 맛이 일품으로 애주가들이 즐겨 찾는다. 이처럼 영양가가 풍부해 흔히 홍합을 ‘바다의 달걀’이라고 부른다.

불포화 지방산이 많아 고혈압과 동맥경화에 도움이 되며 숙취해독에도 좋다. 홍합에 다량 함유된 타우린 성분은 간 기능을 개선하고 보호하기 때문에 더할 나위 없는 해장식품으로 꼽힌다.

마이빌평택 김주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