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 커피이야기

혼자서 마시는 커피

혼자서 마시는 커피

by 마이빌평택 2016.12.05

[이평기의 커피이야기]
배우자나 동거인 없이 혼자 사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 결혼도 늦게 하는 추세고 아예 결혼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세태를 반영하듯 혼자 먹을 만큼의 음식 재료를 포장해서 파는 경우도 많이 본다. 혼자 밥 먹는 걸 ‘혼밥’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서 낯설기도 하지만 점점 익숙해져 간다.

10년 전쯤에 일본에 처음 갔을 때 보았던 인상적인 기억이 있다. 스타벅스에 들어갔는데 그 모습이 우리나라의 스타벅스하고는 사뭇 달랐다. 당시 우리나라는 4인용 테이블, 2인용 테이블이 기본이었는데 동경에서 들어간 스타벅스는 1인용 테이블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한쪽 벽으로 긴 붙박이 의자를 붙이고 그 앞에 작은 테이블을 하나씩 놓은 자리도 있었다.

저녁 시간인데도 사람은 꽉 차 있었다. 1인용 테이블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 눈을 감고 있는 사람도 있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혼자서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실내의 테이블 배치가 우리나라 커피숍처럼 넓지도 않았다. 심지어는 다닥다닥 붙어 있다고나 할까. 이런 곳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즐긴다는 것도 좀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우리나라 커피 매장도 1인용 테이블이 점점 늘어가는 추세지만.

벌판 한가운데 있는 필자의 카페에는 손님들이 여럿이 오는 편이다. 요즘은 혼자 찾아와서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도 많이 늘었다. 책을 읽는 사람, 잔디밭 벤치에 앉아 혼자 사진 찍는 사람, 테라스의 테이블에 앉아 혼자만의 커피를 즐기는 사람도 늘어간다. 그렇다고 이런 손님들이 쓸쓸하고 우울하고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 혼자 있으면서도 정말 편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보인다.

‘혼자 있음’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주체적이고 주도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외로워하고 서글퍼하는 사람들을 보면 좀 안타깝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사람과 어울리기를 꺼리는 사람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양극단은 언제나 위태로워 보인다. 혼자 지내기 심심하면 부를 친구도 있어야 하고, 외로운 사람의 친구가 되어 주기도 해야 한다.

그래야 내 삶이 풍부해지는 걸 느낀다. 사는 게 바빠서 친구를 만날 시간이 없을 땐, 자기만의 시간을 멋지게 지내는 방법도 찾아보면 좋을 것이다. 음악과 친구가 되고, 그림과 친구가 되고, 시와 친구가 되고, 커피와 친구가 되고. 텔레비전이나 비디오 게임 말고도 좋은 친구는 세상에 많다. ‘혼자 있음’을 ‘함께 있음’으로 바꿔주는 친구를 찾아보자. 내게는 커피와 음악과 책이란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의 개성이 너무도 뚜렷해서 내게 무한한 즐거움을 준다.

오전 내내 노래를 들었다. 비틀스의 ‘While my guitar gently weeps’라는 노래를 들으며 몇 가지의 커피를 내려 마셨는지 세어 보려니 정말 많다. 이 노래를 ‘산타나’가 연주한 것과 비교해 가면서 번갈아 여러 번 들었다. 같은 곡인데도 정말 그 느낌은 다르다. 같은 커피도 같은 커피가 아니고 같은 노래도 같은 노래가 아니다. 커피 한 잔 마시며 노래를 음미하고 시를 음미하고, 삶을 음미하는 것도 깊어가는 겨울을 보내기에 좋을 듯하다.

I look at the world / And I notice it's turning While my guitar gently weeps.
세상을 바라보니 / 내 기타는 조용히 우는데도 잘만 돌아가고 있군요.

‘While my guitar gently weeps’ 중의 한 구절이다. 나와 상관없이 세상은 잘만 돌아간다. 나는 그 속에서 커피를 마시며 세상 돌아가는 걸 본다. 당신도 그렇지요?
▣이평기 칼럼니스트

- 평택 넓은 벌 한가운데, 전원카페 '러디빈지금'에서 커피, 강아지들과 함께 행복하게 나이 들어가는 사내.
- 전원카페 ‘러디빈 지금’ 대표 (평택시 오성면 창내리 47-26), C.P : 010-9279-5764
- e-mail : lpga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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