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 음식이야기

神의 과일 ‘감’

神의 과일 ‘감’

by 마이빌평택 2017.09.29

추석 차례상에 빠지지 않고 올라가는 감. 감은 단감도 맛있지만 가을 햇살과 바람에 무르익는 홍시, 호랑이의 무서움도 물리칠 정도로 단맛을 품은 곶감, 그리고 말랑말랑한 반건시 등 다양한 맛을 선사하는 과일이다.

‘신의 과일’ 로 불려
감은 동서양에서 귀한 대접을 받았다. 감나무의 학명은 디오스피로스(Diospyros)인데 디오스는 신(神), 피로스는 과일을 일컬으니 ‘신의 과일’이란 뜻이다.

감은 크게 땡감이라고도 부르는 떫은감과 단감으로 나뉜다. 떫은감은 껍질이 얇고 보통 연시(홍시)나 곶감으로 만들어 먹는 감이고 단감은 껍질이 두껍고 생으로 먹는다. 우리나라 재래식 감은 대부분 떫은감이고 단감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들어왔다고 한다.

단감의 경우 1927년 경남 진영 지방에 부유 품종을 심으면서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재배되었기 때문에 진영의 단감이 유명하다.

보통 떫은감은 수확 후에 떫은맛을 없애서 홍시(연시)나 곶감으로 만든다. 감의 떫은맛이 없어지는 과정을 ‘탈삽’이라고 한다.
홍시와 연시는 ‘생감의 떫은맛이 자연적 또는 인위적인 방법으로 제거되어 붉은색으로 말랑말랑하게 무르익은 상태의 감’을 뜻한다. 홍시(紅枾)는 색깔이 붉다는 점을 강조한 명칭이며 연시(軟枾)는 질감이 말랑말랑하고 부드럽다는 점을 강조한 이름이다.

홍시는 9월 말부터 10월 말까지가 가장 맛있는 시기로 경북 청도에서 주로 난다. 청도 감은 반시(盤枾)라고도 하는데 여기서 반(盤)은 밥상을 뜻한다. 청도 감은 생긴 것이 밥상처럼 조금 네모지고 납작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단감은 경남 창원·진주·밀양 등지에서 대부분 자라며 10월 말부터 11월 말까지 가장 맛이 좋다.

연시·곶감·반건시 등 다양
연시 중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납작한 연시다. 가을이 되자마자 나오는 이 감은 하도 말랑해서 손으로 만지기조차 조심스럽다. 껍질을 살살 벗겨 쭉 빨아먹으면 터질 듯 물기를 머금어 부드럽고 단맛이 별미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홍시 하면 떠오르는 대봉이 나온다. 11월 늦가을이 되어야 수확하는 뾰족하고 큰 감으로 납작한 연시에 비해 값이 다소 비싼 게 흠이다. 물기가 적고 끈적이며 깊은 맛이 좋다. 대봉은 상온에서 자연스럽게 숙성시켜야 제맛이 나기 때문에 자연시라고도 부른다.

시골 오일장에 가보면 동그랗고 자그마한 감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땡감이다. 땡감은 떫은맛이 나서 그냥 먹을 수 없어 소금물이나 술 같은 것을 이용해 빠르게 숙성시키면서 떫은맛을 제거해 먹어야 한다. 이 감은 ‘감을 물에 담근다’는 의미로 침시(沈枾)라고 한다.

땡감을 깎아 말려 만드는 것이 바로 곶감(건시)이며 절반 정도만 말린 것이 반건시다. 햇볕에 마르면서 타닌의 떫은맛이 천천히 빠지고 단맛이 강화된다. 곶감의 흰 가루는 그 과정에서 감 내부의 당선분이 결정화되어 나온 것으로 시상(枾霜) 또는 시설(枾雪)이라고도 하며 주성분은 포도당이다.

감은 그 모양과 맛도 좋지만 황금빛 옷 속에 신선이 마시는 단물이 들어 있다고 해서 ‘금의옥액(金衣玉液)’이라 불릴 만큼 영양가가 풍부하다.

마이빌평택 김주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