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 음식이야기

전통의 맛 ‘누룽지 & 숭늉’

전통의 맛 ‘누룽지 & 숭늉’

by 마이빌평택 2018.01.18

[음식이야기]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벼농사를 국가경제의 근간으로 여겨 왔다. 따라서 쌀로 만든 밥이 가장 중요한 음식이었다. 별다른 주전부리가 없던 시절에는 밥이 주식이었으나 솥이나 냄비에 밥을 하면 생기는 부산물인 누룽지와 숭늉은 때로는 퍽 요긴하게 쓰였다. 지금은 전기밥솥에 밥을 하다 보니 일부러 만들지 않으면 먹을 수 없지만 그 고소한 맛은 쉬이 잊히지 않는다.

훌륭한 간식거리 ‘누룽지’
먹거리가 귀했던 시절 누룽지는 훌륭한 간식거리였다. 뜸을 오래 들이거나 밥이 눌리면 누룽지가 많이 생기는데 이를 긁어서 그냥 먹거나 설탕을 뿌려 과자처럼 먹었다. 그 맛은 달지도 짜지도 않으면서 고소하고 바삭해 질리지 않았다.

예전에는 쌀이 귀했기에 누룽지가 생기지 않게 밥을 하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누룽지가 웬만한 고급과자와 비견될 만큼 비싸게 팔리고 있으니 그 신분이 크게 상승했다.

누룽지의 고소한 맛은 뜨거운 솥에서 생긴다. 밥을 지을 때 쌀이 물을 흡수하면 바닥에 물이 거의 남지 않게 된다. 이때 솥 바닥의 온도가 200도를 넘으면 밑바닥에 붙어 있는 쌀알은 갈변하면서 휘발성의 ‘카보닐 화합물’을 생성한다. 이 성분이 밥에 스며들어 특유의 고소한 향을 낸다.

누룽지는 밥이 솥에 붙어 만들어진 만큼 밥과 영양 성분이 비슷하다. 하지만 시중에 판매하는 누룽지는 밥을 넓게 펼쳐 만들기 때문에 밥솥에서 만들어진 누룽지와 영양분이 조금 다르다. 이뿐만 아니라 누룽지를 오래 씹으면 소화도 잘되고 두뇌 기능 발달에도 도움을 준다.

씹는 활동은 치아와 안면 운동 효과는 물론 뇌에 자극을 줘 뇌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전에는 밥솥을 이용했기 때문에 누룽지를 만들기 쉬웠지만 요즘은 따로 만들어야 한다. 누룽지를 바삭하게 말리면 상하지 않고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소화 돕는 ‘숭늉’
요즘은 식후에 커피를 주로 마시지만 옛날에는 숭늉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밥을 덜어낸 솥에 물을 부어 살짝 불린 뒤 식사를 마치면 그 물을 마셨다.

숭늉은 우리나라에서 즐겨 마시기 때문에 고유어처럼 보이지만 ‘숙냉(熟冷)’이라는 한자어에서 유래했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은 모두 쌀을 주식으로 삼지만 밥 끓인 물인 숭늉을 마시는 것은 우리나라뿐이다.

우리 민족이 숭늉을 마신 역사는 구들(온돌) 시설이 퍼지기 시작한 고려시대부터라고 전해진다. 12세기 초 송나라 사신 서긍은 고려를 다녀간 뒤 <고려도경>이라는 책을 남겼다. 이 책에는 ‘고려 사람이 들고 다니는 물그릇은 위가 뾰족하고 바닥이 평평한데 그릇 속에는 숭늉을 담는다. 나라의 귀족이나 관리들은 숭늉을 들고 다니는 시중을 데리고 다닌다’는 고려인의 풍습이 기록돼 있다.

조선시대 문헌에는 중국에 간 사신들이 숭늉을 마시지 못해 고생했다는 기록이 여럿 남아 있다. 숙종 때 청나라에 갔다 온 김창업은 식사 후 숭늉을 마시고 나서야 속이 편해졌다고 일기에 적었다.

실제로 숭늉에는 소화를 돕는 성분이 들어 있다. 숭늉에 가장 많이 들어 있는 성분은 탄수화물인데 탄수화물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포도당과 덱스트린이 생긴다. 이중 덱스트린이 소화에 도움이 된다. 덱스트린은 숭늉의 구수한 맛을 내는 성분이기도 하다. 숭늉의 맛이 구수하면 구수할수록 소화에도 도움이 되는 셈이다.

마이빌평택 김주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