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 별미

은은한 수박향 가득 ‘은어’

은은한 수박향 가득 ‘은어’

by 마이빌평택 2018.08.27

[별미]
이름난 먹거리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은어도 조선시대 임금님 수라상에 진상됐던 음식 가운데 하나였다. 이 사실만으로도 은어의 맛은 이미 인정을 받은 셈이다. 여름철 최고 미식 재료인 은어를 알아본다.

◆1급수에만 서식
맑고 깨끗한 1급수에 살며 은은한 수박향이 나는 은어(銀魚)는 ‘수중군자(水中君子)’ 또는 ‘청류(淸流)의 귀공자’로 불린다. 중국에서는 ‘향기 나는 물고기’란 뜻의 샹위(香魚) 또는 유샹위(有香魚)라고 부르며 영어권에서는 ‘스위트 피시(Sweet Fish)’ 또는 ‘스위트 스멜트(Sweet Smelt)’로 불린다.

◆날로 먹어도 탈 없어
은어는 민물고기 가운데 가장 깨끗한 고기다. 그래서 은어는 날로 먹어도 아무런 탈이 없다. 민물고기라면 으레 간·폐 디스토마 등 후유증을 우려해 지레 먹기를 꺼리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은어 요리를 한 번 맛 본 사람이라면 금방 ‘은어 마니아’가 된다.

특히 6~8월 은어 회 맛은 진미(珍味)다. 산란기를 앞둔 만큼 지방이 증가하고 유리아미노산 중에서 단맛이 가장 강한 글리신과 프롤린이 많아져서 1년 중 가장 맛이 좋다.

입에 무는 순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샘솟는 침과 코끝을 오랫동안 자극하는 수박 향기는 감동 그 자체다. 조선시대 한 선비가 “죽는 것은 괜찮은데 상놈의 입에 들어갈까 슬프다”는 유언까지 했다는 물고기다.

은어는 1년밖에 못 산다. 9월부터 하류로 내려가 모래톱에 알을 낳은 후 생을 마감한다.

◆최고의 횟감 ‘버들은어’
버들잎(15cm) 크기만큼 자란 은어를 ‘버들은어’라고 하는데 이때가 횟감으로 최고다. 초고추장에 찍어 깻잎에 싸서 먹으면 그만이다.

은어는 회·구이·튀김·조림 등으로 다양하게 요리할 수 있지만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소금구이다. 완전히 다 큰 은어라도 20cm 안팎이기 때문에 통째로 소금을 뿌려 구운 다음 갈비 뜯듯이 뼈째 씹어 먹으면 된다. 은어와 쌀을 안쳐 지은 은어밥도 별미다.

단백질과 칼슘, 철분이 풍부해 더위에 지친 여름철 건강식으로 인기다.

은어의 내장에는 비타민A·B·D 등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그대로 먹는 것이 좋다. 또 튀김이나 구이를 해서 먹을 때 뼈째 조리하면 칼슘까지 고스란히 섭취할 수 있으므로 성장기 어린이나 노인에게 영양식으로 추천할 만하다.

비린내가 나지 않고 담백해 매운탕으로 끓여 먹어도 별미다.

은어를 약재로 쓰기도 하는데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당뇨병을 다스리거나 피부병·고혈압·동맥경화증을 예방하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힘이 세고 공격적
은어는 바다에선 플랭크톤을, 강으로 올라와서는 이끼류를 갉아 먹으며 산다. 배가 고플 때면 수면 위로 날아온 하루살이 등을 잽싸게 낚아채 먹기도 하는 잡식성이다. 가끔 떼를 지어 사냥할 때 일으키는 물보라도 볼 만하다. 아주 힘이 세고 공격적이다.

고운은빛 자태를 닮아선지 성질도 구차하지 않다. 잡힐 경우 탈출구를 찾으려 펄떡펄떡 뛰는 다른 고기와 달리 손아귀에 들어오자마자 자지러지며 숨이 넘어간다.

마이빌평택 이인재 기자